[BOOK]우리말이 아파요 & 소설 속에 흐르는 청계천

우리말이 아파요

현실을 보면 바른 말이 보인다

우리의 자부심으로 삼아도 결단코 부끄럽지 않은 한글이 오늘날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거리의 간판과 온갖 상품들, 회사명 등에서 우리는 외국어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알 수 없는 외국어(콩글리시), 각종 신조어, 은어·비어·속어 등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휴일이었던 한글날(10월 9일)이 평일로 되어버린 지도 오래다.

이처럼 천대받고 있는 한글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주기 위해 국어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외국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귀에 학자들의 말이 들리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학자들이 현실을 고려치 않고 ‘바른말을 쓰자’는 주장에만 골몰했던 것도 원인일 것이다.

박용찬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이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현실에 맞는 ‘우리말 다듬기’에 나섰다. ‘우리말이 아파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현재 우리말이 얼마나 ‘난타’당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곱고 바른 우리말이 매질을 당하고 있는 원천적인 책임은 물론 국민들에게 있다. 학생과 젊은이들은 ‘외계어’로 통칭되는 알 수 없는 용어들, 무리한 축약어, 각종 이모티콘 등 우리말 어법과 맞춤법을 무시한 ‘인터넷 용어’들로 우리말을 밀어내고 있다. 인터넷 용어를 쓰는 학생들을 꾸짖는 어른들도 다를 바 없다. 회사명이나 상품명, 새로 개업한 가게 이름들을 지을 때 그들은 으레 외국어를 먼저 떠올린다. 심지어 공기업의 이름도 멀쩡한 우리말에서 외국어로 바꾸고(한국통신 쭻 KT, 국민은행 쭻 KB 등) 있다. 얼짱·몸짱, 길치·몸치, 꽃미남 등 도저히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을 조합해 새로운 말을 마구 양산해내는 방송과 언론의 책임 역시 매우 크다.

저자는 우리말이 피폐해져가는 현상을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과 관련한 운동·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도 제시한다. 저자는 ‘국어순화운동’의 고리타분함을 버리고 ‘우리말 다듬기’ 운동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우리말 다듬기는 ‘바른 우리말 쓰기’와 ‘고운 우리말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식 발음이 밴 서양 외래어인 ‘쓰레빠’ ‘사라다’를 ‘슬리퍼’ ‘샐러드’로 쓰는 것이나 영어·일본어·한문투의 어색한 번역 문장을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으로 고쳐 쓰는 것은 ‘바른 우리말 쓰기’에 해당한다. 은어·비어·속어를 깨끗하게 다듬거나 ‘가정부’를 ‘가사도우미’로, ‘운전사’를 ‘기사(님)’로, ‘장애자’를 ‘장애우’로 바꾸어 쓰는 것은 ‘고운 우리말 쓰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외래어를 배격하지는 않는다. 세태를 반영하고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신조어의 긍정적인 면도 인정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우리말이 처한 현실,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잘못 쓰고 있다는 점,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순간 가슴이 뜨끔한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우리말 다듬기’에 나서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창해 맑은내 소설선

소설 속에 흐르는 청계천

10월 1일 복원된 청계천이 일반인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예전 모습은 아니지만 연휴기간에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았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청계천과 그 주변을 생동감 있게 통째로 담아냈다면 출판사 창해에서 또 다시 출간한 5편의 작품(11편 완간)은 수표교, 모전교 등 청계천의 다리를 소재로 쓴 것들이다. 이 가운데 ‘청계천의 역사’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그곳의 변화상을 보여준 작품은 김용운의 ‘청계천 민들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릴 때부터 보아오던 청계천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성태의 ‘여자 이발사’는 수표교를 소재로 썼다. 이 작품은 조선인과 결혼한 후 천변으로 편입, 이발관을 낸 에이코라는 일본여인의 기구한 삶을 담고 있다. 광통교를 소재로 한 고은주의 ‘시간의 다리’는 계비 신덕왕후에 대한 태조 이성계의 애틋한 사랑을 복원시켜 놓았다. 작품 속 이야기는 신장석에 얽힌 것이다. 신장석은 계비 신덕왕후가 죽자 태조 이성계가 당대 최고의 석공으로 하여금 만들게 한 병풍석.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인물의 이름도 이성계(동명이인)이다.

BOOK

맑고 투명한 사랑 이야기인 이순원의 ‘유리의 노래’, 구한말 을미사변부터 1910년 경술국치 직전까지를 다루며 조선의 안타까운 현실을 되새긴 김용우의 ‘모전교에는 물총새가 산다’ 역시 각각 장통교, 모전교를 소재로 하고 있다.

각 작품’이 소재로 삼고 있는 다리 위에 앉아 해당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작품마다 분량이 많지 않아 다리 위에 앉아 충분히 읽을 만하다.